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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ORTS KU 2026년 3월호] 평창에서 밀라노까지: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의 궤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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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SPORTS KU 조민정작성일 2026.04.06 조회 3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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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아이스하키, 아이스 슬레지 하키 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이 하키의 정식 명칭은 ‘파라 아이스하키’이다. 파라 아이스하키는 하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 선수들이 참여하는 동계 스포츠로, 선수들은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타고 경기를 펼친다. 썰매 아래에는 두 개의 블레이드가 부착돼 있어, 비장애인 아이스하키와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와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선수들은 양손에 쥔 두 개의 스틱을 사용해 퍽을 다루는 동시에 얼음을 밀어 이동한다. 경기 규칙은 기본적으로 비장애인 아이스하키와 유사하지만, 비장애인 아이스하키가 한 피리어드 20분으로 진행되는 데에 비해, 파라 아이스하키는 한 피리어드당 15분씩 총 3피리어드로 진행된다.
대한민국의 파라 아이스하키는 상당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매년 개최되는 파라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해 왔으나, 2021년 이후 메달 결정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 세계 랭킹 상승은 주춤하는 추세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파라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기록>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가 국제 무대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쌓으며 마침내 평창의 감동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빙판을 지켜 온 선수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빙판 위 역사를 만든 대한민국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을 살펴보자.
[프로필] 이름 정승환 생년월일 1986. 01. 09. 소속 강원도청 신체 167cm/53kg 포지션 F 등번호 14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의 동메달 획득을 결정지은 장동신의 골을 만든 것은 정승환의 결정적인 패스였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란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정승환은 이미 대한민국 파라 아이스하키를 대표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빙판 위의 메시’라는 별명은 그의 적극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프로필] 이름 장동신 생년월일 1976. 01. 10. 소속 강원도청 신체 165cm/70kg 포지션 F 등번호 20 ‘공격형 수비수’였던 장동신은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 슛의 주인공으로, 대한민국에 첫 패럴림픽 파라 아이스하키 메달을 안긴 핵심 선수이다. 평창 패럴림픽 당시부터 2025년 파라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까지, 그는 줄곧 수비수로 출전했지만,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예선에서는 처음으로 공격수 포지션을 맡으며 새로운 역할에 나서기도 했다.
[프로필] 이름 김영성 생년월일 1983. 05. 01. 소속 강원도청 신체 177cm/80kg 포지션 D 등번호 12 대한민국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주장 김영성은 과거 수영과 휠체어 펜싱 선수로 활약한 이력을 바탕으로, 강한 상체 힘과 속도를 겸비한 플레이를 선보인다. 그는 2024년 세계선수권(A-pool) 일본과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는 부상을 딛고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며 한국의 B-Pool 강등을 막아냈고, 해당 경기의 Best Player로 선정됐다.
평창에서 영광을 맞은 대한민국 파라 아이스하키의 도전은 베이징을 거쳐 최근 밀라노의 문턱까지 이어졌다. 평창부터 밀라노까지, 패럴림픽 경기를 통해 그 흐름을 정리해 보자. ▶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 1-0 승리 (3위)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은 2018년 3월 17일 강릉 하키 센터에서 개최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수많은 홈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라 아이스하키 사상 첫 메달 획득에 도전했다. 양팀은 2피리어드까지 0-0의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며 치열한 수비전을 펼쳤으나, 경기 종료 3분 16초만을 남긴 3피리어드 11분 44초에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이종경과 정승환의 퍽을 넘겨받은 장동신이 이탈리아의 골망을 흔드는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골리 이재웅은 이탈리아의 유효 슈팅 9개를 모두 막아내며 1-0 완봉승을 이뤘고, 대한민국은 최종 성적 3위로 감동적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대한민국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서 은퇴 무대를 펼쳤던 한민수는 “동메달을 땄지만, 락커룸에서 저희는 챔피언이라고 말했습니다. 간절함이 크면 꼭 이긴다는 마음을 갖고, 죽기 살기로 사력을 다해서 했는데 (결국) 저의 꿈을 이뤘습니다. 저의 은퇴 무대에 메달을 딸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먹먹한 소감을 전했다.
▶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 0-4 패배 (4위)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은 2022년 3월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실내 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회 2연속 동메달 획득을 위해 대한민국은 홈팀인 중국과 맞붙었다. 평창에서와는 달리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은 대한민국 어느 방송사에서도 생중계되지 않았고, 경기장에서 들려온 응원 소리 또한 모두 중국팀을 향해 있었다. 1피리어드부터 중국의 빠른 스피드와 강한 압박에 고전하던 대한민국은 결국 0-4로 패하며 최종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연속 메달 획득은 좌절됐지만, 평창의 열기가 사그라든 뒤에도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4강의 자리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다만,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젊은 선수층에 밀리며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의 세대교체라는 과제를 확인하게 된 대회이기도 했다.
▶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최종 예선 슬로바키아전 1-2 패배 (본선 진출 실패)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출전권이 걸린 최종 예선은 2025년 11월 노르웨이 예스하임에서 개최됐다. 출전권을 얻는 8개국 중 6개국 쿼터가 확정돼 상위 2개 팀에만 주어지는 본선 진출 자격을 놓고 대한민국은 슬로바키아와 맞붙었다. 한국은 1피리어드에만 두 점 실점한 이후 2피리어드 베테랑 장동신의 득점으로 한 점 만회하며 접전을 이어갔으나, 최종 점수 1-2로 패배했다. 이 패배로 대한민국은 2006년 토리노 패럴림픽 이후 처음으로 패럴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다. ‘로켓맨’ 정승환의 활약, 골리 봉대한의 선방이 돋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변 확대 실패와 세대교체 지연이라는 여러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밀라노를 향한 도전은 멈추게 됐다.
평창의 감동과 202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세계선수권 선전은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듯했다. 홈 관중의 응원 속에서 선수들이 첫 패럴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던 순간, 파라 아이스하키가 한국 스포츠의 대표 종목으로서 빛날 가능성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출전권 확보에 실패했고, 다음 시즌 세계선수권은 B-Pool에서 치르게 됐다. 연이은 성적의 정체는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되묻게 만든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비주류 종목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인프라의 한계이다. 지난여름 기록적인 가뭄으로 강릉빙상센터가 휴장하면서, 선수들의 훈련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초로 패럴림픽 동메달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촌 전용 아이스링크 건립이나 실업팀 확대로 대표되는 장기적인 인프라 확충은 청사진만 남았을 뿐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대교체의 부재 역시 외면할 수 없는 과제이다. 장애인 체육 특성상 선수 풀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고가의 장비와 훈련 비용은 신규 선수 유입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선수의 몸에 맞춰 제작해야 하는 썰매와 교체 주기가 짧은 스틱을 포함해 모든 장비를 갖추는 데에는 대략 200만원에서 2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붙은 중국이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비교적 젊은 선수층을 앞세워 성과를 냈던 것과 달리, 한국 대표팀의 중심에는 여전히 평창의 영웅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베테랑 선수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자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스포츠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팬이다. 평창 패럴림픽 이후 파라 아이스하키와 장애인 체육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분명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그 관심이 일시적인 ‘반짝 효과’에 그쳤음을 조명한다. 국내에서는 파라 아이스하키가 2022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에서 4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나,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는 결과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다. 올림픽 이후 유소년 육성 시스템 구축이나 실업팀 확대 등 장기적 관점의 투자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고, 단발성에 그친 행정적 지원 역시 대표팀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때 ‘패럴림픽의 꽃’이라 불리던 파라 아이스하키는 대중의 시선 밖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에는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다.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경험과 경쟁력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보여주는 투혼은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훈련 환경 개선과 선수 저변 확대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가 다시 한번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의 선택과 지원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의 메달 싹쓸이, ‘팀킴’이 이끌었던 컬링 열풍, 안세영의 28년 만의 배드민턴 금메달. 모두 대한민국이 뜨겁게 웃고 울었던 스포츠이다. 파라 아이스하키에도 그런 감동과 열정이 있다. 한때의 성과로 끝낼 것인지, 다음 도약으로 이어갈 것인지는 국민의 관심과 선택에 달려 있다. 그야말로 ‘스포츠 붐’인 현재 대한민국에 ‘파라 아이스하키 붐’이 일기를 바라며,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의 미래를 응원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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