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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제 팔을 잘라내는 심정입니다” 해외 파견 논란의 중심, 연세대 이종수 감독 인터뷰
작성자 KUSF 심채리작성일 2026.05.13 조회 100

“남들은 연세대 아이스하키부 감독이 제일 편한 줄 압니다. 1년에 한 학기는 노는 거 아니냐고요? 늘 걱정이 태산인데 팀을 위해서 여유 있는 척하는 겁니다.”

 

“해외 파견이 특혜? 낭만? 천만에요. 제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보내는 겁니다. 제 욕심을 버려야 선수들이 살고, 선수들이 커야 대한민국 아이스하키가 발전합니다.”



[KUSF=신촌/심채리 기자] 스포츠의 생태계에서 사령탑의 가치는 곧 성적이다. 우승컵의 무게가 감독의 수명을 결정하는 냉혹한 세계, 팀의 전력 누수를 자처하는 감독이 있다. 

 

언제부턴가 대학 아이스하키계에는 하나의 소문이 정설처럼 굳어졌다. ‘연세대에 가면 캐나다로 유학을 보내준다’라는 것. 2023년 본격화된 연세대학교 아이스하키부의 해외 파견이 낳은 촌극이다. 누군가는 특혜이자 입시용 미끼라며 색안경을 꼈고, 누군가는 막연한 환상을 품었다. 숱한 억측의 한가운데 선 연세대학교 아이스하키부 이종수 감독을 만났다. 스스로를 철저한 현실주의자라 칭한 이종수 감독. 그가 털어놓은 해외 파견의 실체는 뼈를 깎는 생존 전략이었다.

 

 

Part 1. 오해와 실체 - 특혜가 아닌 생존 전략입니다


▲ 2024년 첫 해외 파견 당시 우수했던 성적(김시환, 공유찬)


2024년 본격화된 연세대학교 아이스하키부(이하 연세대)의 해외 파견. 이 파격적인 도전의 이면에는 ‘경기력 향상의 한계’라는 국내 아이스하키의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2020년부터 혼자 조용히 준비했습니다. 말이 새어 나가면 ‘특혜네 아니네’ 잡음만 일 테니까요. 현지 팀 감독과 소통하며 (이)승재(연세대 22) 때부터 구상하다가 (김)시환이와 (공)유찬이(이상 연세대 23) 때 결실을 본 거죠. 현지 팀의 수락이 떨어지자마자 부모님을 모셔와 일주일 만에 무작정 보냈습니다. 국내 무대에는 상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준비한 전술을 실전에 부치고 보완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성립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2024년 해외 파견 당시, 김시환과 공유찬은 현지 리그 포인트 랭킹 상위권에 머물며 성공적인 첫 단추를 끼웠다. 그 이후 연세대의 해외 파견은 어떤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파견은 점점 더 좁은 문이 되고 있습니다. 시환이와 유찬이 정도의 기량이 아니면 현지에서 쉽게 받아주지 않아요. 캐나다 현지 선수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해당 팀에서 사활을 걸고 뛰는데, 이미 한국 명문대에 재학 중인 우리 선수들이 합류하는 걸 방해라고 느끼는 거죠. 컴플레인도 들어옵니다. 파견을 강행하려면 불필요한 비용을 많이 써야 하는 구조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 찾은 돌파구가 현지 선수들처럼 무작정 오픈 캠프에 부딪히는 거였습니다. 작년 캐나다 전지훈련 때 선수들을 계속 오픈 캠프에 밀어 넣었고, 다행히 (신)윤민이와 (장)지현(이상 연세대 24)이가 픽을 받아 계약을 이뤄냈습니다.”

 

Part 2. 사령탑의 철칙 - 연세대에 입학했으면, 연세대가 먼저입니다


 

▲ 작전 타임을 요청한 이종수 감독 (사진=시스붐바)

 

이종수 감독은 해외 파견 시기를 ‘2학년 2학기’로 고정하고 있다. 무분별한 유학 열풍을 경계하고 대학 소속 선수로서의 정체성을 우선시하는 그의 지론이다. 


“연세대에 입학했으면, 1학년 때는 학교 시스템 안에서 땀 흘리며 성장하는 게 기본입니다. 그리고 2학년이 됐을 때 미래의 경기력을 위해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나가는 거죠. 해외 리그에서 한 시즌을 치열하게 뛰고 성장한 뒤, 연세대에 복학해서 3, 4학년을 마무리하라는 것이 제 확고한 원칙입니다.”

 

“무리해서 일찍 나간다고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승재는 이전에 해외 리그 경험이 전무했지만, 졸업 후 현재 해외 리그에서 훌륭하게 활약 중입니다. 북미 리그는 미성년자에서 겨우 벗어난 아이들이 막연한 동경으로 부딪힐 곳이 아니에요. 파견은 개인의 화려한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본인이 좋은 팀을 무작정 찾아가는 것과 좋은 팀이 본인을 찾게 만드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연대 가면 캐나다 보내준다’라는 이른바 특혜 시비와 입시 혜택설. 이종수 감독은 이를 단호히 헛소문이라 일축했다. 


“저는 기회만 던져줄 뿐, 그 기회를 낚아채는 것은 오로지 선수의 몫입니다. 본인이 원한다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것도, 제가 가라고 등 떠밀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판만 깔아줄 뿐, 자신의 기량으로 현지 팀 감독에게 선택받아야 합니다. 아이스하키 종주국인 캐나다 입장에서 우리는 제3국일 뿐입니다. 특출난 능력이 없으면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입시 결과를 위해 캐나다를 미끼로 쓴다는 낭설도 있는데, 우리 학교는 시스템상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임의로 뽑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제가 관여해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뜻이죠.”

 

결과적으로 팀의 주축이 돼야 할 2학년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는 셈이다. 사령탑으로서 성적에 대한 압박은 없을까?


“제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보내는 겁니다. 제 욕심을 버려야 선수들이 살고, 선수들이 커야 대한민국 아이스하키가 발전합니다. 연세대 선수들이 곧 국가대표팀 자원이 되는 만큼, 대의적인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험치를 쌓길 바라는 마음으로 팀 성적을 기꺼이 희생하는 겁니다. 종목 발전을 위해 정체된 국내 판에 숨통을 틔워주려는 몸부림이죠.”

 

Part 3. 연세만의 시스템 – 우물 안을 벗어나야 합니다



▲ 인터뷰 중인 이종수 감독 (사진=시스붐바)

고교 시절까지 입시를 목표로 달리던 선수들은 대학 진학 후 새로운 차원의 아이스하키를 마주하게 된다. 이종수 감독은 신입생들이 합류하는 3월, 가장 먼저 일본 아비라컵으로 향한다. 이른바 ‘입시 하키’의 때를 벗겨내기 위한 첫 절차다. 


“신입생들이 고교 시절까지 해왔던 아이스하키는 대학 아이스하키와 확연히 다릅니다. 이전까지는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대학 이후의 아이스하키는 경기력 전체를 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핵심이에요. 이런 마음가짐을 심어주려고 3월에 항상 일본 아비라컵에 참가합니다. 처음에는 본인의 한계를 많이 느끼지만, 비디오 미팅도 하고 코치들과 소통하다 보면 조금씩 감을 잡아요. 아이스하키 센스를 갖춘 선수들이라 금세 따라오죠.”

 

봄의 일본 아비라컵으로 팀의 뼈대를 세웠다면, 여름의 캐나다・일본 전지훈련은 살을 붙이는 시간이다.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 칭한 이종수 감독의 철학이 녹아있다.


“캐나다 전지훈련은 오전의 개인 운동과 오후의 팀 운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오전에는 선수 개인 능력에 따라 나눠 현지 캠프에 넣어요. 팀 소집 전 개인 운동을 하는 현지 선수들과 섞여요. 오후에는 한국에서 하듯 팀 전체적으로 합을 맞춰보고요. 그 후 일본에서 연습 경기를 진행하며 시즌 전 최종 리허설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전 훈련을 현지 캠프에 위탁한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를 묻자 유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한국이나 북미 코치들이나 가르치는 내용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한국말로 제가 지시할 때와 낯선 현지 코치가 영어로 지시할 때 선수들의 집중도가 확연히 달라요. (웃음) 제 눈에는 북미 코치들과 훈련할 때 선수들이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더군요. 낯선 외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경쟁하는 게 근성을 기르고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선수들한테 좋은 방식이 결국 팀에도 좋은 것이니 기꺼이 그 방식을 택하는 겁니다.”

 

매년 대학 무대의 높은 벽에 부딪히며 적응해 가는 제자들을 지켜보며,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유소년 아이스하키로 향했다. 연세대를 시작으로 중・고교 무대까지 번진 해외 유학 열풍.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본 그의 조언은 명확했다.


“각자 상황에 맞게 움직이면 됩니다. 꼭 국내에만 있어야 될 이유는 전혀 없죠. 단지, 아이스하키가 좋아서 시작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흥미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스하키는 90%의 재능과 10%의 노력입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는 아이들은 이미 재능을 갖춘 상태예요. 무작정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대관 시간만 늘리는 ‘양’으로 승부할 게 아니라, 철저히 ‘질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1시간 15분 남짓한 아이스링크 대관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Part 4. 연세의 무게 - 정말 모든 것이 걱정입니다

 


▲ 정기 연고전 승리 직후 헹가래 받는 이종수 감독 (사진=시스붐바)

국내 최고의 유망주들을 이끄는 이종수 감독. 그의 시선은 연세대의 성적 너머,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를 향해 있었다.


“감독으로서 국내 대회 우승 타이틀만 챙겨도 제 개인적인 지도자 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에서 연세대 사령탑이라는 자리는 종목 전체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요구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연세대에 오는 선수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재능을 갖췄습니다. 이들 안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훌륭한 자원으로 길러내 우리나라 아이스하키에 환원할 의무가 있어요.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더라도 묵묵히 밀고 나가는 이유입니다.”

 

그의 걱정은 신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향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최근 현장 출신이 협회장으로 취임한 만큼 협회에 거는 기대가 무척 큽니다. 해외 파견도, 연세대도 모든 게 걱정투성이에요. 매일이 고뇌의 연속이고요. 종목 발전을 위해 제 팔을 잘라내는 심정으로 선수들을 내보냈는데 아이스하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진심을 알아줄지, 타지로 떠난 선수들이 괜히 안 좋은 습관에 물들진 않을지 끝없이 걱정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스하키를 한다는 건 참 어렵습니다. 늘 선수들을 토닥이며 끌어올리려 노력하지만, 이 길이 맞는지 끊임없이 반문하게 됩니다. 네, 저는 정말 모든 것이 걱정입니다.”

 

인터뷰 내내 이종수 감독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걱정’이었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선수를 붙잡는 대신, 제 살을 깎아 먹으며 더 넓은 무대로 등 떠미는 사령탑. 스포츠계에서 그의 행보는 이질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단호한 결단이 국내 아이스하키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남들은 가장 편한 자리라 말하지만, 이종수 감독은 오늘도 내일을 바라보며 기꺼이 희생을 자처한다. 그의 수많은 걱정이 얼어붙은 대한민국 아이스하키계를 녹이는 든든한 온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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