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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월호 vol.74] 스포츠위키 : 설원 속 예술,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작성자 시스붐바 홍혜원 작성일 2026.06.10 조회 35

[시스붐바=글 홍혜원 기자, 사진 Boardriding, CBS 8, OSEN, The Korea Times 제공]

 


 

새하얀 설벽을 타고 솟구치는 순간, 하프파이프는 경기장을 넘어 하나의 무대가 된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눈 위에서 펼쳐지는 가장 역동적인 경기 중 하나다. 선수들은 거대한 파이프 형태의 코스를 좌우로 오가며 속도를 끌어올리고, 벽 끝을 박차고 올라 공중에서 회전과 그랩, 착지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예술을 완성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빙상 종목이 기록과 순위의 싸움이라면, 스노보드는 속도와 높이, 기술과 표현력이 동시에 평가되는 설원의 퍼포먼스에 가깝다. 이제 낯설게만 보였던 스노보드의 세계를 따라가며, 그 안에 숨은 비상과 착지의 재미를 하나씩 들여다보자.

 

 

스노보드의 역사

 

스노보드는 1960년대 미국 산악 지방에서 처음 스포츠의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초기 스노보드는 ‘스누퍼’라고 불렸으며, 서핑의 움직임을 눈 위에서 구현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당시에는 자연 그대로의 파우더 스노를 서핑하듯 즐기는 방식이었고, 보드의 소재나 형태도 지금처럼 정형화되어 있지 않았다. 합판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서핑보드처럼 방향을 잡기 위한 핀이 달린 경우도 있었다. 즉, 초기 스노보드는 오늘날처럼 정교한 경기 장비라기보다 눈 위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실험하던 도구에 가까웠다.

 

스노보드가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79년 이후다. 이 시기부터 바인딩으로 발을 고정하는 방식과 보드 양옆에 금속 날을 덧대어 눈 위에서 방향 전환과 제동을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스틸 에지(steel edge)가 도입되면서 현재의 스노보드와 비슷한 형태가 갖춰졌다. ‘스노보드’라는 이름도 이 시기부터 정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장비 소재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스노보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기는 겨울 스포츠로 성장했으며, 마침내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위의 놀이에서 출발한 스노보드는 이제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들의 기술과 개성을 겨루는 대표적인 설상 스포츠가 된 것이다.

 


 

프리스타일의 꽃, 하프파이프를 들여다보다

 

스노보드는 같은 눈 위를 달리는 종목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승부를 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며, 경기 방식에 따라 크게 프리스타일 계열과 알파인 계열로 나눌 수 있다. 프리스타일에는 하프파이프, 빅에어, 슬로프스타일 등이 포함되며, 선수의 기술 구성과 창의성, 그리고 동장의 완성도가 핵심적인 평가 요소가 된다. 공중에서 어떤 기술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보여주는지가 승부를 가르는 만큼, 프리스타일은 기록보다 퍼포먼스가 중심이 되는 종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알파인은 정해진 코스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내려오느냐가 핵심이다. 기문을 통과하며 속도와 라인을 겨루는 평행대회전이 대표적이며, 예술성보다는 기록과 안정적인 턴, 정확한 주행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즉 프리스타일이 창의성과 기술력으로 점수를 얻는 스포츠라면, 알파인은 시간과 정확성으로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여러 스노보드 종목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종목은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로 주목받은 프리스타일 계열의 하프파이프다.

 

하프파이프 경기는 여러 차례의 런(run)으로 진행된다. 선수들은 보통 2~3번의 기회를 얻고, 각 런에서 파이프의 양쪽 벽을 오가며 약 5~7개의 점프, 즉 히트(hit)를 선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런이 최종 성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하프파이프에서는 단 한 번의 연기가 경기 전체를 결정한다.

 

채점은 심판들이 종합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보통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 기술의 난이도, 착지의 안정성, 점프의 높이, 기술 구성의 다양성 등이 주요 평가 요소다. 이때 난이도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도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회전수는 물론이고 코르크 기술의 여부, 스위치 진입, 그랩 스타일, 공중으로 솟구친 높이까지 함께 고려된다. 결국 하프파이프의 핵심은 무리하게 어려운 기술을 나열하는 데 있지 않다. 한 번의 어려운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기술들을 끊기지 않고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는 가다. 그 한 번의 완벽한 런이 승부를 가른다.

 

 
 

 

기술과 퍼포먼스 사이, 하프파이프의 세계

 

하프파이프의 화려함은 공중에서 완성된다. 대표적인 기술 유형에는 스핀, 코르크, 그랩, 스위치가 있다. 먼저 스핀(spin)은 공중에서 몸과 보드를 함께 회전시키는 기본 기술로, 진행 방향의 앞쪽으로 가슴이 먼저 열리며 도는 frontside(fs), 등이 먼저 돌아가 착지 지점을 확인하기 어려운 backside(bs)로 나뉜다. 선수들은 1080도, 1260도, 1440도처럼 여러 바퀴의 회전을 더해 난도를 끌어올린다. 다만 회전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높이와 균형, 착지, 그리고 스타일이 함께 살아 있어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긴장감을 더하는 기술이 코르크(cork)다. 코르크는 몸의 축을 기울인 채 뒤집히듯 회전하는 오프축(off-axis) 기술로, 일반적인 스핀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보인다. 한 번 축이 기울어지는 싱글 코르크를 넘어, 두 번 또는 세 번 뒤집히는 더블·트리플 코르크는 현대 하프파이프의 난도를 상징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코르크가 하프파이프의 난도를 끌어올리는 기술이라면, 그랩(grab)은 선수의 개성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그랩은 공중에서 손으로 보드를 잡는 동작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과 공중 동작의 완성도를 드러내는 중요한 기술이다. 뒷손으로 보드 중앙을 잡는 인디 그랩(indy grab), 앞 손으로 보드 앞쪽을 잡는 뮤트 그랩(mute grab) 같은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얼마나 오래, 자연스럽게, 또 회전과 어울리게 표현하는지가 그 런의 인상을 좌우한다. 여기에 자신의 원래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타는 스위치(switch)까지 더해지면 난도는 한층 높아진다. 같은 기술이라도 스위치 상태에서 수행하면 시야와 균형 감각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기술의 다양성과 난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장치가 된다. 결국 하프파이프의 퍼포먼스는 회전 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중에서의 제어력, 보드를 잡는 손끝의 표현, 그리고 착지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하나로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한 번의 런은 강렬한 장면으로 남는다.

 

 


찰나의 비행, 극적인 승부

 

하프파이프의 가장 큰 매력은 짧은 순간 안에 속도감과 공중감, 균형감, 창의성이 한꺼번에 폭발한다는 데 있다. 선수들이 파이프의 벽을 타고 올라 수직에 가깝게 솟구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렬하다. 특히 파이프 위로 6미터 이상 떠오르는 순간은 하프파이프가 왜 눈 위에서 시작해 공중에서 완성되는 종목인지를 보여준다. 선수가 벽을 박차고 오르는 순간의 긴장, 공중에서 버티는 짧은 정적, 그리고 눈 위로 돌아오는 착지의 쾌감이 이어질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종목의 리듬에 빠져들게 된다.

 

하프파이프를 처음 보는 입문자라면, 선수의 기술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해도 몇 가지 요소에 주목하는 것만으로 경기를 훨씬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먼저 눈여겨볼 것은 에어, 즉 선수가 벽 위로 얼마나 높이 떠오르는가다. 높이가 확보되어야 더 복잡한 회전과 플립을 시도할 수 있고, 기술의 임팩트도 커진다. 다음으로는 기술의 난도와 조합이다. 한 번의 어려운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기술이 끊기지 않고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는가다. 더블 코르크나 더블 플립 계열의 기술이 등장하면 경기의 긴장감은 단숨에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착지와 흐름도 함께 보면 좋다. 아무리 화려한 공중 기술을 선보여도 착지가 흔들리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착지 이후 속도를 잃지 않고 다음 동작으로 매끄럽게 이어가는 능력까지 함께 볼 때, 하프파이프의 진짜 재미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따라서 하프파이프의 승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단 한 번의 런, 단 하나의 착지가 순위를 바꿀 수 있고, 마지막 기회에서 완성된 연기는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프파이프는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스포츠이자, 그 찰나의 비행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경기다.

 


 

 

스포츠위키 : 설원 속 예술,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가제)

 

[시스붐바=글 홍혜원 기자, 사진 Boardriding, CBS 8, OSEN, The Korea Times 제공]

 

 

새하얀 설벽을 타고 솟구치는 순간, 하프파이프는 경기장을 넘어 하나의 무대가 된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눈 위에서 펼쳐지는 가장 역동적인 경기 중 하나다. 선수들은 거대한 파이프 형태의 코스를 좌우로 오가며 속도를 끌어올리고, 벽 끝을 박차고 올라 공중에서 회전과 그랩, 착지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예술을 완성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빙상 종목이 기록과 순위의 싸움이라면, 스노보드는 속도와 높이, 기술과 표현력이 동시에 평가되는 설원의 퍼포먼스에 가깝다. 이제 낯설게만 보였던 스노보드의 세계를 따라가며, 그 안에 숨은 비상과 착지의 재미를 하나씩 들여다보자.

 

 

스노보드의 역사

 

스노보드는 1960년대 미국 산악 지방에서 처음 스포츠의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초기 스노보드는 ‘스누퍼’라고 불렸으며, 서핑의 움직임을 눈 위에서 구현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당시에는 자연 그대로의 파우더 스노를 서핑하듯 즐기는 방식이었고, 보드의 소재나 형태도 지금처럼 정형화되어 있지 않았다. 합판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서핑보드처럼 방향을 잡기 위한 핀이 달린 경우도 있었다. 즉, 초기 스노보드는 오늘날처럼 정교한 경기 장비라기보다 눈 위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실험하던 도구에 가까웠다.

 

스노보드가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79년 이후다. 이 시기부터 바인딩으로 발을 고정하는 방식과 보드 양옆에 금속 날을 덧대어 눈 위에서 방향 전환과 제동을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스틸 에지(steel edge)가 도입되면서 현재의 스노보드와 비슷한 형태가 갖춰졌다. ‘스노보드’라는 이름도 이 시기부터 정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장비 소재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스노보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기는 겨울 스포츠로 성장했으며, 마침내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위의 놀이에서 출발한 스노보드는 이제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들의 기술과 개성을 겨루는 대표적인 설상 스포츠가 된 것이다.

 

 

프리스타일의 꽃, 하프파이프를 들여다보다

 

스노보드는 같은 눈 위를 달리는 종목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승부를 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며, 경기 방식에 따라 크게 프리스타일 계열과 알파인 계열로 나눌 수 있다. 프리스타일에는 하프파이프, 빅에어, 슬로프스타일 등이 포함되며, 선수의 기술 구성과 창의성, 그리고 동장의 완성도가 핵심적인 평가 요소가 된다. 공중에서 어떤 기술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보여주는지가 승부를 가르는 만큼, 프리스타일은 기록보다 퍼포먼스가 중심이 되는 종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알파인은 정해진 코스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내려오느냐가 핵심이다. 기문을 통과하며 속도와 라인을 겨루는 평행대회전이 대표적이며, 예술성보다는 기록과 안정적인 턴, 정확한 주행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즉 프리스타일이 창의성과 기술력으로 점수를 얻는 스포츠라면, 알파인은 시간과 정확성으로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여러 스노보드 종목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종목은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로 주목받은 프리스타일 계열의 하프파이프다.

 

하프파이프 경기는 여러 차례의 런(run)으로 진행된다. 선수들은 보통 2~3번의 기회를 얻고, 각 런에서 파이프의 양쪽 벽을 오가며 약 5~7개의 점프, 즉 히트(hit)를 선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런이 최종 성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하프파이프에서는 단 한 번의 연기가 경기 전체를 결정한다.

 

채점은 심판들이 종합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보통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 기술의 난이도, 착지의 안정성, 점프의 높이, 기술 구성의 다양성 등이 주요 평가 요소다. 이때 난이도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도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회전수는 물론이고 코르크 기술의 여부, 스위치 진입, 그랩 스타일, 공중으로 솟구친 높이까지 함께 고려된다. 결국 하프파이프의 핵심은 무리하게 어려운 기술을 나열하는 데 있지 않다. 한 번의 어려운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기술들을 끊기지 않고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는 가다. 그 한 번의 완벽한 런이 승부를 가른다.

 

기술과 퍼포먼스 사이, 하프파이프의 세계

 

하프파이프의 화려함은 공중에서 완성된다. 대표적인 기술 유형에는 스핀, 코르크, 그랩, 스위치가 있다. 먼저 스핀(spin)은 공중에서 몸과 보드를 함께 회전시키는 기본 기술로, 진행 방향의 앞쪽으로 가슴이 먼저 열리며 도는 frontside(fs), 등이 먼저 돌아가 착지 지점을 확인하기 어려운 backside(bs)로 나뉜다. 선수들은 1080도, 1260도, 1440도처럼 여러 바퀴의 회전을 더해 난도를 끌어올린다. 다만 회전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높이와 균형, 착지, 그리고 스타일이 함께 살아 있어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긴장감을 더하는 기술이 코르크(cork)다. 코르크는 몸의 축을 기울인 채 뒤집히듯 회전하는 오프축(off-axis) 기술로, 일반적인 스핀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보인다. 한 번 축이 기울어지는 싱글 코르크를 넘어, 두 번 또는 세 번 뒤집히는 더블·트리플 코르크는 현대 하프파이프의 난도를 상징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코르크가 하프파이프의 난도를 끌어올리는 기술이라면, 그랩(grab)은 선수의 개성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그랩은 공중에서 손으로 보드를 잡는 동작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과 공중 동작의 완성도를 드러내는 중요한 기술이다. 뒷손으로 보드 중앙을 잡는 인디 그랩(indy grab), 앞 손으로 보드 앞쪽을 잡는 뮤트 그랩(mute grab) 같은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얼마나 오래, 자연스럽게, 또 회전과 어울리게 표현하는지가 그 런의 인상을 좌우한다. 여기에 자신의 원래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타는 스위치(switch)까지 더해지면 난도는 한층 높아진다. 같은 기술이라도 스위치 상태에서 수행하면 시야와 균형 감각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기술의 다양성과 난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장치가 된다. 결국 하프파이프의 퍼포먼스는 회전 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중에서의 제어력, 보드를 잡는 손끝의 표현, 그리고 착지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하나로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한 번의 런은 강렬한 장면으로 남는다.

 

찰나의 비행, 극적인 승부

 

하프파이프의 가장 큰 매력은 짧은 순간 안에 속도감과 공중감, 균형감, 창의성이 한꺼번에 폭발한다는 데 있다. 선수들이 파이프의 벽을 타고 올라 수직에 가깝게 솟구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렬하다. 특히 파이프 위로 6미터 이상 떠오르는 순간은 하프파이프가 왜 눈 위에서 시작해 공중에서 완성되는 종목인지를 보여준다. 선수가 벽을 박차고 오르는 순간의 긴장, 공중에서 버티는 짧은 정적, 그리고 눈 위로 돌아오는 착지의 쾌감이 이어질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종목의 리듬에 빠져들게 된다.

 

하프파이프를 처음 보는 입문자라면, 선수의 기술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해도 몇 가지 요소에 주목하는 것만으로 경기를 훨씬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먼저 눈여겨볼 것은 에어, 즉 선수가 벽 위로 얼마나 높이 떠오르는가다. 높이가 확보되어야 더 복잡한 회전과 플립을 시도할 수 있고, 기술의 임팩트도 커진다. 다음으로는 기술의 난도와 조합이다. 한 번의 어려운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기술이 끊기지 않고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는가다. 더블 코르크나 더블 플립 계열의 기술이 등장하면 경기의 긴장감은 단숨에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착지와 흐름도 함께 보면 좋다. 아무리 화려한 공중 기술을 선보여도 착지가 흔들리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착지 이후 속도를 잃지 않고 다음 동작으로 매끄럽게 이어가는 능력까지 함께 볼 때, 하프파이프의 진짜 재미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따라서 하프파이프의 승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단 한 번의 런, 단 하나의 착지가 순위를 바꿀 수 있고, 마지막 기회에서 완성된 연기는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프파이프는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스포츠이자, 그 찰나의 비행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경기다.

 

 

 

스노보드는 아직 우리에게 완전히 익숙한 종목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속도감 있는 활강, 과감한 도약, 정교한 기술, 그리고 선수마다 다른 개성이 모두 담겨 있다. 하프파이프가 보여준 짜릿한 장면들은 스노보드가 단순한 겨울 스포츠를 넘어, 눈 위에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순간들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을 계기로 스노보드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으로 들어왔다. 이 관심이 한순간의 열기에 그치지 않고, 스노보드를 비롯한 다양한 설상 종목을 함께 주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눈 위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고, 더 많은 관중들이 그 도전의 순간을 함께 응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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