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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2026 6월호 vol.74] 특별코너: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양승준이 그리는 비인기 스포츠의 반란
작성자 시스붐바 심채리작성일 2026.06.10 조회 86

※ 본 기사는 시스붐바 2026 6월호(vol.74)에 게재된 글입니다.

[시스붐바=글 심채리 기자, 사진 배해원 기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본인 제공]

'비인기 스포츠’, ‘입시 하키’, ‘그들만의 리그’. 100주년을 앞둔 대한민국 아이스하키는 여전히 차가운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 얼어붙은 현실을 깨기 위해 나선 이가 있다. 반평생을 빙판 위에서 보낸 승부사, 이제는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수장으로 거듭난 양승준 협회장이다. 이번 6월호 <특별코너>에서는 화려한 수사 대신, 생태계 전체의 생존과 상생을 담은 그의 묵직한 청사진을 조명한다.

[프로필]

양승준(교육학과 84)

前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무이사

前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평창 올림픽준비기획단장

前 HL 안양 아이스하키단장

現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목표]

1. 전문성과 책임성, 말보다는 실천으로 증명하는 행정

2. 유소년 자율성 보장 및 여자 아이스하키 육성

3. 학원 스포츠 신생팀 창단 및 경기 수 확대

4. 재정·행정 투명화 및 외부 스폰서 유치

5. 심판 처우 개선 및 전담 스폰서 유치

6. 지역 편차 해소 및 전국적 균형 발전

Part 1. 양승준호의 출범 - 얄팍한 수 없이 기초 체력 다지기

2년 만에 만난 양승준 협회장.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새 시대를 열어갈 그에게 먼저 협회장 선거 출마 계기를 물었다.

“원래 이런 계획은 없었습니다. 전 협회장 임기 종료가 다가오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들이 나왔고, 주변에서 권유해서 떠밀리다시피 결정한 면이 있어요. 그런데, 협회장이 되고 나서 생각이 바뀐 게 제가 선수 생활을 했던 것부터 계산해 보면 아이스하키와 함께한 시간이 45년이더라고요. 협회장 임기까지 하면 딱 50년이 됩니다. 반평생을 얼음판에서 성장하며 받은 혜택에 보답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기왕 맡은 4년, ‘8년 같은 4년’으로 보내자고 결심했죠.”

지난 30여 년간 단일 구단을 이끌던 때와 협회장으로서 전체 생태계를 책임지는 지금, 아이스하키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짚어봤다.

“차이가 큽니다. 구단을 이끌 때는 팀의 성적과 효율적인 운영이 최우선이었죠. 지금 현장을 바라보게 되면 이건 ‘생존과 상생’의 문제예요. 모두가 다 잘 돼야 하거든요. 돌이켜보면 구단 운영은 비교적 단순했던 것 같네요.”

“물론 이전에 전무이사로서 협회 업무를 해봤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상황이 달라요. 당시는 올림픽(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올림픽에 내보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외적인 부분을 못 봤죠. 그러지 않았으면 아마 올림픽 출전을 못 했겠지만 말이에요. (웃음)”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들여다본 현안은 무엇이었을까?

“최대한 현장과 많이 접촉하고 있어요. 어떤 처방을 내리기 이전에 지금 우리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 체질 파악은 혼자 책상에 앉아 상상해서 될 일은 아니니까요. 중··대학교 감독들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우리가 뭘 해야 하고, 또 어떻게 바꿔야 할지 얘기 나누면서 기초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지도자들이 실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좋은 제안을 많이 해줘서 굉장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생존이 아닌 지속 성장하는, 균형 있게 발전하는 아이스하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비전이 궁금했다.

“조직이 움직이려면 최소한의 청사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5개년 발전 계획’ 수립을 준비하고 있어요. 6개월 과정으로 초반 3개월은 내부 스터디, 나머지 3개월은 계획 수립에 쓸 예정입니다. 정말 밑바닥부터 내부를 체계적으로 뜯어보고, 분석한 현안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완성되면 PDF 파일로 모두에게 공개할 겁니다. 마침 2년 뒤면 아이스하키 국내 도입 100주년, 4년 뒤면 협회 창립 100주년이에요. 제 임기 동안은 얄팍한 수나 뜬구름 잡는 얘기 대신, 실현 가능한 공약을 바탕으로 정말 발전의 기틀을 다지고 기초 체력을 탄탄하게 만들 겁니다.”

Part 2. 해체와 신설의 과도기 속에서 - 우리는 30x60 얼음판이 필요해요

유소년 인구는 급속도로 늘지만 엘리트 팀은 줄어드는 기형적 구조. 이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자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금 구조가 기형적인 이유는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신호가 공존하기 때문이죠. 긍정적인 신호는 작년 연말 기준으로 등록 선수 3,926명 중 3,500여 명이 초등학생이라는 점이에요. 저변은 어마어마합니다. 미래를 봤을 때 굉장히 희망적이죠. 문제는 중학교로 올라가는 순간 팀이 6개로 확 줄어든다는 겁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아이들이 갈 데가 없어요. 밑에는 팀이 쫙 깔려 있는데 위는 전멸하다시피 한 게 딱 ‘압정’ 같아요. 결국 위의 팀을 늘려주는 수밖에 없는데, 사회적 추세상 엘리트 팀 확충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압정형 구조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클럽팀 활성화입니다. 초등학생 때 진로 선택을 강요하면 부담감에 관두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중학교 클럽팀을 활성화해 일주일에 한두 번 내지 세 번 정도만 아이스하키를 하며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리그도 조성해 정식 게임을 뛸 판을 깔아준다면, 부담 없이 선수 생활을 3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는 거예요. 협회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때, 저변도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게 초등부를 위한 판도 협회가 나서서 벌려야 해요. 부끄러운 얘기일 수 있지만, 사실 그동안 저변을 늘리는 데 있어 협회가 특별히 한 게 없어요. 자발적으로 성장한 겁니다. 현장을 둘러보며 느낀 게 학부모와 유소년 선수들은 게임 출전에 대한 의욕이 굉장히 강해요. 단순 연습 게임 말고 권역별로 나눠서 진행하는 제대로 된 경기 말이에요. 지방도 팀이 늘고 있는 만큼, 권역별 장기 리그를 운영하면 저변이 앞으로도 탄탄할 것 같습니다.”

팀 신설과 리그 확대 등 구조적 문제의 해결책은 결국 시설 부족이라는 장벽에 부딪힌다. 근본적인 인프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 물었다.

“기본적으로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은 30x60 크기의 얼음판이 없으면 접근을 못 해요. 그래서 만약 제가 몇 년 안에 등록 선수 수를 2배로 늘리겠다고 말하면 거짓말입니다. 시설 수와 선수 수는 비례해요. 시설을 중심으로 은퇴 선수들이 팀을 만들고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런데 제가 조사해 본 바로는 이미 대부분의 시설이 120% 포화 상태예요. 이 상황에서 저변 확대만을 부르짖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우리는 그저 ‘얼음판’이 필요해요. 오래전부터 협회, 지자체, 학교 모두가 아이스링크를 늘리려고 노력했지만 많이 어렵습니다. 아이스링크 하면 보통 목동아이스링크처럼 5,000석 규모의 관람석이 있는 곳을 떠올리죠. 그 정도 크기로 지으려면 땅값을 제외하고 최소한 500억이 있어야 하니 부담스럽습니다.”

“생각해 보면 일반 아이스하키인들한테는 관중석이나 거대한 시설은 불필요해요.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오직 30x60 사이즈의 국제규격 얼음판만 필요한 거죠. 그래서 주변 도움을 받아 ‘보급형 아이스링크 모델’ 도안을 설계했습니다. 여기에 튼튼론(국민체육진흥기금 스포츠산업융자) 같은 공적 자금이나 예상 운영 자금 등 구체적인 수치까지 넣어, 미니 아이스링크 건립 비용 정도면 (30x60 사이즈의 국제규격) 정규 아이스링크도 지을 수 있다고 역제안하려는 거죠. 당장은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의 유휴 시간을 민간 시합에 활용하거나 협회에서 위탁 운영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Part 3. 선택지 늘리기 - 유소년 해외 유학부터 국내 탑 리그, 대학 2부 리그까지

최근 눈에 띄는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유학 열풍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너무나 행복한 일입니다. 국내 시장은 좁아서 한계가 있어요. 선수들이 해외에서 성장해서 국가대표로 돌아온다면 적극 도와야죠. 부모들과 아이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협회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돕고 싶어요. 일본처럼 북미 학교 관계자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여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그렇다면 해외 유학 열풍이 선수들의 실질적인 진로 선택지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항상 안타까운 게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선택지가 너무 적어요. 지금 최고의 선택지는 연세대학교 체육 특기자 전형이에요. 이마저도 제가 학교 다닐 때와는 달리 일반 학과 진학의 문이 닫히고 체육 관련 학과로 제한됐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대학의 체육 특기자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다수의 일본 명문대가 아이스하키부를 운영하고 있고, 이미 국내 선수가 진학한 사례도 있어요. 그래서 일본 고교 리그와 교류하면서 우리 선수들을 일본 대학에 노출하려 해요. JLPT 등의 입시 절차도 협회 차원에서 지원해 선수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대학 이후의 선택지도 중요하다. 선수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실업팀 창단에 대한 현장의 입장이 궁금했다.

“진입 장벽이 높아요. 실질적으로 기업을 끌어들이려면 아시아리그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국내 탑 리그’가 있어야 합니다. 과거 대학 5개 팀과 실업 4개 팀이 모여 코리아리그를 운영했을 때는 언론 노출이나 관중 수가 괜찮았죠.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탄탄한 국내 리그 없이 아시아리그 출전만으로 1년 운영비 65억을 쓰느니 그 돈으로 배구나 농구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대학 4개 팀과 세미 실업팀 KW 우디레 같은 팀들을 모아 시즌제 리그 판을 새로 깔아주고 싶어요.”

세미 실업팀에 대한 견해를 덧붙여 물었다.

“세미 실업팀 KW 우디레는 광운대학교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급여는 지급하지 않지만 훈련과 경기 출전 비용은 기업에서 전액 부담하죠. 이런 팀들이 계속 창단돼야 숨통이 트입니다. 개인적으로 광운학원 측에 늘 감사함을 갖고 있어요. 초···대, KW 우디레와 자체 시설까지 운영하는 재단이고, 조무성 전 이사장님은 협회장을 3기에 걸쳐서 하시며 아이스하키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셨어요. 조선영 이사장님은 지금 협회 부회장을 맡아 헌신해 주고 계시기도 하죠.”

선수들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국군체육부대 아이스하키 종목 부활은 가능할까?

“지난 올림픽(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이후 다른 동계 종목 협회장님들이 청와대에 건의했고, 최근 인원 수요 조사가 내려오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습니다. 순조롭게 풀리길 바랄 뿐입니다.”

선수들의 진로 선택지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아이스하키 향유층의 성장이다. 동호인 활성화 방안을 물었다.

“한국아이스하키연맹(KPHL) 소속 동호인 3,000여 명을 협회가 품을 수 있다면 파이가 훨씬 커질 겁니다. 특히, 대학 동아리 선수들에게 ‘대학 2부 리그’ 판을 깔아주고 싶어요. 명문대 일반과 학생들이 아이스하키를 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어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재작년 HL 안양에서 유소년 캠프를 했을 때 가장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 서울대학교 재학생이 들려준 멘탈 관리법이었거든요. (웃음) 이런 상징성을 고려하면 대학 2부 리그 역할이 클 겁니다.”

그렇다면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를 활용하는 것은 어떨지 질문했다.

“바로 그거죠. 대학 동아리 선수들을 KUSF 시스템 안에 넣어 예산 지원과 공식 대회 참가 등의 혜택을 받게 돕는 거예요. 앞서 언급한 국내 탑 리그가 출범해 대학 4개 팀이 그쪽으로 빠지게 되면, 규정상 이들의 KUSF 대학아이스하키 U-리그 참가가 어려워질 수 있어요. 그렇게 발생한 공간에 대학 동아리 팀들을 넣으면 양측 모두에게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Part 4. 자생력 갖추기 - 대한민국에도 아이스하키 유행이 올까요?

2년 전 인터뷰에서 남겼던 ‘10년 후 올림픽 재도전’의 꿈. 온전한 우리만의 동력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 궁금했다.

올림픽 재도전의 꿈은 당연히 품고 있어야죠. 다만 남자 팀의 벽이 높은 만큼, 여자 팀을 먼저 자력 진출시키고 싶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현재 3부 리그에 머물러 있지만, 훌륭한 자원들이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빠르면 4년, 길면 8년. 도전적인 목표지만 제 임기 내에 반드시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엘리트 유소년 팀이 전혀 없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현실은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여자 팀은 철저히 일본의 사례를 따라가고 싶습니다. 일본은 100% 클럽 체제고, 국내 수원특례시청 여자아이스하키팀처럼 급여를 받는 팀이 하나도 없음에도 올림픽에 갑니다. 최근 여성 팀들이 많이 생긴 만큼 한돈배 여자 아이스하키 국제리그 규모를 키워서 일본처럼 체급별로 참가하고 경쟁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싶습니다.”

최근 에스토니아와의 국내 친선경기 티켓 판매량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번 2026 IIHF 남자 세계선수권 대회가 중국에서 개최된 덕분에 참가국인 에스토니아 국가대표팀이 먼저 한국 쪽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싶어 했습니다. 기왕이면 국내 팬들한테도 시합을 보여주자고 의기투합해 친선경기를 추진했죠. 오픈 1분 만에 A석이 매진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웃음) 우리 국민 소득과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이스하키 같은 고급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겁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당장 거창한 마케팅을 하기보다 흐트러진 구조를 바로잡고 클럽 리그와 아이스링크 확충 같은 기본기에 충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산증인, 양승준 협회장이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국내 아이스하키의 모습이 궁금했다.

“전 세계 76개국 176만 명의 IIHF 등록 선수 중 탑 디비전 16개국이 160만 명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60개국은 10만 명의 선수들로 들러리를 서고 있는 셈이죠. 결국 인프라 싸움인데, 인적 인프라 이전에 시설이 뒷받침돼야 해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저변을 넓혀나갈 거고, 결국 미국과 캐나다 같은 아이스하키 선진국이 될 겁니다.”

인터뷰 내내 담담한 목소리로 현장의 중요성과 탄탄한 기초를 강조하던 양승준 협회장.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한 분야를 끈질기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온 마음은 그 자체로 찬란했다. 45년 얼음판 인생을 건 그의 승부수가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다음 100년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한다. 시스붐바 역시 언제나처럼, 빙판 위 펼쳐질 그 뜨거운 반란의 여정을 끝까지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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