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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KU 2026년 5월호] 가비지 타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작성자 SPORTS KU 박하늬작성일 2026.05.23 조회 106


[SPORTS KU=글 박하늬 기자, 사진 아가타 기자, SPORTS KU DB / KBL 제공] 농구는 빠른 흐름으로 진행되는 스포츠인 만큼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판도를 뒤집을 수도, 예상치 못한 흥미진진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승패가 결정됐다고 판단될 정도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의 경우, 남은 시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때로는 지루한 시간, 또 때로는 새로운 기회의 시간이라고도 불리는 가비지 타임SPORTS KU와 함께 더 자세히 알아보자.

 

 

가비지 타임이란?

 농구에서의 가비지 타임이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남은 시간 동안 승패가 뒤집힐 가능성이 적은 상황을 의미한다. 보통 이미 승패가 기울어진 경기 후반, 주로 4쿼터 종료 3~5분을 남겨두고 20점 차 이상 벌어지면 발생한다. 이 시간대에는 체력 안배와 부상 방지를 위해 주전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후보 선수를 기용하여 경험을 쌓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불문율 상 득점 시도를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는 경기의 긴장감이 크게 떨어지고 전술적으로 화려한 플레이는 선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젊은 신예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감독들이 많다.

 

가비지 타임을 둘러싼 논란

 스포츠에는 경기 규칙서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선수들과 각 팀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지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선수 간 존중과 배려, 그리고 경쟁의 미학 차원에서 비롯된 하나의 오랜 전통인 것이다. 불문율 상 가비지 타임이 발생했을 때는 적극적인 공격이나 세리머니, 작전 타임 등의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플레이라고 여겨진다. 암묵적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심판에게 제재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어긴 선수들은 팬들과 동료들로부터 질타받거나 심한 경우에는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를 두고 경기 중 벌어진 신경전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울어진 경기에서 터진 3점포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원주DB(이하 DB)-서울SK(이하 SK)의 시즌 4차전 경기는 DB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경기 종료 후 신경전이 일어났다. 9점 차로 승리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DB의 한 선수가 마지막 공격까지 성공한 것이다. SK 선수들이 사실상 수비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DB가 시도한 3점슛이 림을 통과했고 이 때문에 SK 선수들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 후 SK 문경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수비를 안 하고 있었는데 상대가 넣으니까,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DB 이상범 감독은 나중에 골 득실에 따라 순위가 갈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공격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DB 선수는 SK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마지막 공격과 관련해 SK에게 사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료 11초 전 이루어진 비디오 판독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과 KB스타즈(이하 KB)의 경기는 75-87의 스코어로 KB가 승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승패가 결정된 상황에서 경기 종료 11초 전, KB 김완수 감독은 공격권과 관련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이후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상범 감독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김완수 감독은 골 득실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비지 타임, 어디까지가 옳은 것인가?

 농구는 시간 제한이 있는 스포츠이기에 몇 분, 심지어 몇 초가 매우 소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용하는 용어 가비지 타임’. 이러한 가비지 타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해야 하는가를 두고 여러 입장이 존재한다. 크게 지고 있는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과도한 불문율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배려와 최선 사이, 그 경계를 허물 순 없는 것일까? 먼저 각 입장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자.

 

입장 1. 가비지 타임, 존중과 배려 필요해

 승패를 두고 겨루는 것뿐만 아니라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스포츠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공정하고 재미있는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스포츠맨십과 상대에 대한 매너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큰 점수 차로 뒤처지고 있는 팀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하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스포츠맨십과 상대를 향한 배려

 승패를 떠나서 정정당당하고 예의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스포츠맨십이며 스포츠맨십은 경기의 핵심이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승패가 결정된 경기에서의 가비지 타임의 경우, 이기고 있는 팀이 주전 선수들을 차례로 교체해 주고 과격한 플레이는 하지 않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경기 막판에는 작전 타임을 요청하지 않는 것도 상대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또한 공격을 시도하는 행동이 의도와는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승부가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의 공격은 경기 운영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는 상대에게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는 자제하는 것이 성숙한 모습으로 여겨진다.

 

부상 방지와 체력 안배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 주전 선수들이 계속 플레이를 진행할 때 불필요한 부상 위험이 증가한다. 특히 강한 돌파와 몸싸움 등은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부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는 과도한 공격을 자제하며 공격을 줄이는 것이 선수 보호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다. 또한 주전 선수들은 다음 경기에도 출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이미 승부가 결정돼 큰 활약이 필요 없는 가비지 타임을 이용해 체력을 보존하고 다음 경비를 대비하는 팀이 많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주전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여 체력을 관리하고 경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영리한 전략인 것이다.

 

감정적 충돌과 신경전 예방

 큰 점수 차로 뒤처지고 있는 팀에게 있어서 상대의 적극적인 공격은 도발이나 기만행위로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인터뷰에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선수들과 감독들도 흔히 볼 수 있으며 경기 종료 후 신경전이 벌어지거나 심한 경우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오해와 서로 감정이 상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상대를 자극하는 과도한 플레이는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

 

 

입장 2. 가비지 타임, 의미를 다시 고찰해 보아야 할 때

 가비지 타임에 대한 생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의견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가비지 타임이 다음 경기 혹은 앞으로 있을 경기에 있어서 팀에게 중요한 시간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앞으로의 경기에 미치는 영향

 가비지 타임은 팀에게 전략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가비지 타임 때 새로운 전술이나 전략을 실험적으로 사용해 다른 경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팀이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경우에 가비지 타임은 그 어떤 때보다 소중한 시간이 된다. 정규 리그에서 두 팀이 동률을 이룰 경우 상대 전적과 골 득실까지 따져 상위 순위를 정하기 때문에 가비지 타임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느냐가 팀의 위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응원을 보내주는 관중들

 남은 시간 동안 양 팀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경기를 보러 온 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관하는 경기에서 의미 없는 허무한 플레이가 펼쳐지기를 원하는 팬은 없다. 물론 그날의 승패가 양 팀에게, 또 각 팀의 팬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관람한 팬들이 어떤 기억을 가지고 경기장을 떠나느냐이다. 팬들은 이기고 있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퍼포먼스를 보고 싶어 하고, 지고 있더라도 어떻게든 점수 차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매 쿼터의 10분이, 그 안에서 펼쳐지는 여러 플레이와 흥미로운 상황들이 관중들에게는 새롭고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이다. 관중이 선수들에게 보내주는 응원에 보답하듯 선수들 또한 최선을 다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큰 점수 차로 인해 경기 결과를 뒤집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사용하는 용어가 가비지 타임이지만,“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실제로 큰 점수 차를 뒤엎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기적을 증명해 낸 사례가 있다. 2004-2005 NBA 정규리그 휴스턴 로켓츠(이하 휴스턴)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경기에서 휴스턴은 74-68의 스코어로 뒤처지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휴스턴의 끈기 덕분에 33초 만에 무려 13득점을 올리며 81-80의 대역전극을 보여줬다. 승패가 결정됐다는 생각으로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멋진 플레이를 보여줬기에 가능했던 명경기였던 것이다.

 

 

 

 「누군가에겐 의미 없는 시간, 또 누군가에겐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는 가비지 타임’. 이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사이에서 우리는 올바른 지향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공격 하나하나에 신중을 가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에 맞는 플레이기에, 필자는 가비지 타임에도 적극적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싶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배려와 존중을 표하는 것이 선수들이 경기의 승패에 우선해 지녀야 할 스포츠맨십이다. 따라서 단순히 느슨한 마무리와 몰아붙이는 경쟁으로 규정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스포츠맨십과 열정적인 자세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뜨거운 열정과 함성으로 가득한 경기장에 서로를 위하는 따듯한 마음이 함께 존재하기를 SPORTS KU가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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