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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에 선 대학스포츠, 연세 체육에 길을 묻다_1편: 대학스포츠의 오늘은?
작성자 시스붐바 심채리작성일 2026.06.02 조회 35

 

 

 

[시스붐바=글 심채리 기자, 사진 심채리 기자] 

 

※ 본 기사는 시리즈 기사로 연재되는 글로 2편으로 이어집니다.

 

“보여줘! 너의 시간이야!”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스로를 증명하며 성장하는 청춘들. 그 낭만 한가운데 대학스포츠가 있다. 서툴러서 더 찬란한 학생선수들, 그리고 그들의 땀방울이 빚어낸 짜릿한 승부는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어느덧 KUSF U-리그가 절정을 향해 내달리는 여름날, 시스붐바는 들뜬 숨을 고르고 체육위원장실 문을 두드렸다. 대학스포츠의 눈부신 열기 이면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낭만의 내일을 묻기 위해서다. 

 

이날 체육위원장실에는 각기 다른 책임을 짊어진 네 사람이 마주 앉았다. 연세 체육의 청사진을 그리는 이세용 체육위원장,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현장을 지키는 이종수 아이스하키부 감독, 그리고 변화의 중심에서 내일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임동규, 홍승우 학생선수다. 날 선 비판보다 청춘의 빛을 지키고 가꿔나가기 위한 진솔하고도 담백했던 그 대화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1편에서는 대학스포츠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서울권 대학 엘리트 팀 해체 추세부터 획일화된 행정 제재의 맹점을 냉정하게 짚어봤다. 

 

“침체기가 맞나요?” - 변화의 기로에서

 

 

 

 

서울권 대학 엘리트 팀들이 연이어 해체 수순을 밟는 작금의 상황. '엘리트 기반 붕괴', '대학스포츠의 침체기'라는 날카로운 진단들이 일각에서 들려온다. 현장의 입장은 어떨까. 가장 먼저 입을 뗀 학생선수들의 대답에는 무거운 현실이 배어 있었다. 

 

임동규 학생선수: 제가 입학할 당시 4라운드 체제였던 U-리그(KUSF 대학아이스하키 U-리그, 이하 U-리그)가 현재 2라운드로 축소됐고, 관중 수도 확연히 줄었습니다. 다른 종목의 상황도 비슷해요. 이 위기를 무엇보다 농구 종목에서 가장 크게 체감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관중으로 가득 차던 홈 경기장이 이제는 고려대학교와의 라이벌전이 아니면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보며 위기를 실감해요. 

 

홍승우 학생선수: 과거에는 한양대학교 아이스하키부가 존재했고 U-리그 경기 수도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4개교 체제도 겨우 유지되는 실정입니다. 타 대학팀이 위태롭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들려와요. 이렇게 매년 대학팀은 물론이고 중·고교팀들까지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깊은 위기감을 느낍니다. 

 

※ KUSF 대학아이스하키 U-리그 2019년 5개교 도합 47경기(3월 예선 포함 4라운드, 플레이오프 3판 2선승제), 2023년 4개교 도합 27경기(4라운드, 플레이오프 단판제), 2024년 이후 4개교 도합 15경기(2라운드, 플레이오프 단판제)

※ ※ 한양대학교 아이스하키부는 2021년을 기점으로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전형을 폐지했다. 

 

현장을 지켜보는 지도자의 시선도 다르지 않았다. 이종수 감독은 대학스포츠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해 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종수 감독: 복잡한 어른들의 이해관계가 대학스포츠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 학교가 팀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높습니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히고 여러 규제와 행정적 제약이 쌓이면서, 순수하게 종목이 좋아서 빙판에 서려는 학생선수들이 온전히 뜻을 펼치기 어려워졌습니다.

 

행정을 총괄하는 이세용 체육위원장은 상반된 시각을 내비쳤다. 침체기로 단정 짓기에는 대학스포츠 주변 상황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세용 체육위원장: 요즘 저는 현재 상황을 침체기라는 단어로 일축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서울권 대학들은 예산 대비 가시적 성과가 적고 학사 관리 부담이 커지니 엘리트 체육을 축소하려 합니다. 반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충원과 재정 확보를 위해 오히려 운동부를 신설하는 양극화가 뚜렷합니다. 프로 리그 조기 진출 추세도 얽혀있죠.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늘 고민입니다. 우리 대학은 정기 연고전이라는 강력한 무형유산 덕분에 당장의 위기에서는 어느 정도 빗겨나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학스포츠 전체의 자생력은 깊이 고민해야 할 중대한 시점입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사회적 시선이 부담스럽습니다” - 꼬리표와 역차별 사이에서 

 

대학스포츠계를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는 현실. 입시 및 운영 절차 투명화 목적의 획일화된 행정 제재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아쉬움을 표출했다. 

 

이세용 체육위원장: 과거 체육계의 운영이 불투명했던 탓입니다. 성찰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까지 과거에만 얽매여 잠재적 문제를 예방한다는 명목 아래 통제만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 어느 분야든 취약점이 있는 것처럼 체육계도 그런 것뿐입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엘리트 체육 육성 지침과 교육부의 학사 시스템이 엇박자를 내면서, ‘문제만 안 생기면 된다’는 식의 소극적 행정과 결과적 불평등이 만연해진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이종수 감독: 위원장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제는 기계적인 ‘공평’이 아닌 진정한 ‘공정’의 잣대가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실무자의 안목과 전문성을 배제한 채 일률적인 정량 평가만 요구하다 보니, 결국 지도자와 학생선수들이 피해를 입습니다. 체육계를 향한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사기를 꺾고 있습니다. 사회적 시선이 몹시 부담스럽죠. 

 

뒤이어 이세용 체육위원장은 행정적 차원의 절충안 마련을 촉구하는 동시에 연세대학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세용 체육위원장: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공존을 위한 절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언제까지나 평행선을 달릴 수는 없어요. 우리 대학은 미디어 노출이 많아 사회적 잣대가 엄격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앞장서서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것, 그게 연세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설과 관중이 필요합니다” - 얼어붙은 인프라 속에서


 

 

 

아이스하키 종목 특성상 교내 전용 시설 부재는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이스하키부가 처한 현실을 짚어봤다. 

 

임동규 학생선수: 선수끼리 “교내에 전용 아이스링크만 있었어도 관중이 훨씬 많았을 거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현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홈 경기를 직관하는 학우분들은 10명도 채 안 됩니다. 이마저도 이전에 다른 경로로 아이스하키를 접했던 외국인 학우분들이 대부분이죠. 고려대학교가 교내 아이스링크를 통해 많은 홈 경기 관중을 유치하는 모습은 확실히 부러운 대목입니다. 항상 부러워요. (웃음) 시설 인프라가 개선돼 더 많은 학우분들이 경기장을 찾아 주신다면, 선수들에게도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습니다. 

 

이종수 감독: 우리 종목은 시설의 제약이 크기 때문에 정부나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발전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최근 유소년층을 중심으로 미니 아이스링크를 활용한 취미 아이스하키 유행이 일고 있다지만, 이를 엘리트 체육 저변 확대로 연결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국제규격 아이스링크에서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환경은 여전히 척박한 실정이죠. 

 

이세용 체육위원장: 시설 확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대학 당국의 현실적인 재정 한계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만의 힘을 길러야 해요. 외부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으고 자생력을 갖출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아이스하키는 속도감이 뛰어나 마케팅과 인프라가 조금만 뒷받침된다면 대중을 열광시킬 잠재력이 충분한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근간 철학은 무엇일까요?” - 대학스포츠의 본질을 찾아서


 

 

 

 

 

해체의 위협, 발목 잡는 규제, 얼어붙은 인프라까지. 이 척박한 현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학스포츠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본질적인 이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던 이들은 조심스레 진심을 꺼냈다. 

 

이종수 감독: 대학스포츠는 결국 엘리트 체육의 구심점 역할을 합니다. 특히 아이스하키처럼 저변이 좁은 종목에서는 연세대학교와 같은 상징적인 대학팀이 굳건히 버텨주는 것 자체가 유소년 선수들에게 큰 원동력이 됩니다. 지금 어린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연세대학교를 보고 꿈을 키우는 것처럼요. 엘리트 체육의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대학스포츠가 종목의 명맥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죠.

 

임동규 학생선수: 감독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어린 선수들 대다수의 1차적 목표는 대학 진학입니다. 만약 주요 대학에 아이스하키부가 없었다면, 국내 아이스하키 종목 자체가 뿌리째 흔들렸을지도 모릅니다. 대학스포츠의 존재 자체가 후배 선수들에게 강력한 자극제입니다. 

 

종목 유지와 선수 육성이라는 현실적인 답변에 이세용 체육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본질을 다시 물었다. 

 

이세용 체육위원장: 사실 우리 대학은 정기 연고전이라는 확고한 전통이 있기에 운동부 유지의 명분이 뚜렷합니다. 과거 외국 학자들이 정기 연고전을 참관하더니 “어떻게 학교 전체가 함께 어울리며 하나가 되느냐, 이건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드는 유산이다”라며 극찬하더군요. 이런 응집력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죠. 그렇다면 대학스포츠 전체의 관점에서 라이벌 문화가 없는 타 대학들은 왜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운동부를 운영할까요? 미국처럼 지역 사회의 거대한 축제로 기능하는 것도 아니고 그 예산으로 학생 1인 1기 정책도 실현 가능한데 말이죠. 단순히 종목 유지의 사명감을 넘어선 더 깊은 철학이 필요합니다.

 

이세용 체육위원장의 대학스포츠의 근간 철학에 대한 질문에 모두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때, 시스붐바가 조심스레 한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어쩌면 대학스포츠는 대학 공동체 전체의 ‘문화’가 아닐까. 

 

이세용 체육위원장: '문화'. 아주 좋은 표현입니다. 대학스포츠를 역사와 전통에 가두기보다는 캠퍼스 전체의 하나의 거대한 문화로 확장해 나간다는 접근이 훨씬 정확하네요. 운동부를 구심점 삼아 학교 전체가 단합하고 학생들과 동문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 건 꼭 필요하죠. 특히 지방이나 중소 대학들에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연대의 가치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대학스포츠가 문화가 된다면, 학생선수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임동규 학생선수: 현실적으로 학생선수들 입장에서는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이라고 느낄 것 같습니다. 

 

이종수 감독: 처음에는 진로나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소속 대학과 지역사회를 대표한다는 각자 나름의 자긍심이 싹틀 것 같습니다. 결국 결속력의 힘을 가지지 않을까 싶네요. 

 

 

 

 

이어진 논의 끝에 이들이 도출해 낸 대학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대학 공동체의 문화와 연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대학스포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이어질 2, 3편에서는 학생선수가 마주한 학업과 운동 사이 딜레마를 짚어보고, 대학스포츠 자생력 확보를 위한 연세 체육만의 돌파구를 차례로 조명해 보자. 

 

결국 대학스포츠가 직면한 팀 해체의 위기와 학생선수들의 불안정한 진로 문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선수들만의 고립된 리그 안에서는 재정적 자생력도교육적 대안도 결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이제 대학스포츠의 생존을 위한 종착지는 명확하다투명한 선발 제도로 문턱을 낮추고일반 학생 프런트와 함께 학내 팬덤을 키우며지역사회와 호흡하는 ‘대학 공동체 스포츠로 거듭나는 것대학스포츠가 모두가 함께 즐기는 열린 문화로 체질을 바꿀 때비로소 학생선수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평생의 자산을 얻고대학은 잊혔던 공동체의 뜨거운 연대감을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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